둘째 낳고 달라진 것, 5년간 자유 없고 매일 설명봇이 된 '나'

둘째 육아, 행복은 곱절 힘듦은 더더욱 곱절

첫째를 안아주고 있으면 어느새 둘째가 다리에 매달려 있다. 한 명은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다른 한 명은 같이 놀아달라고 장난감을 들이민다. 내 팔은 두 갠데 요구는 늘 두 개보다 많다. 아이 둘을 낳으면 둘이서 알아서 놀아준다는 말, 주변에서 참 많이 들었다. 다 오해였다. 오히려 손이 두 배로 필요한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 벌써 5년째다. 내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해진 지 오래다.

첫째 5살, 행동은 이해하는데 마음은 이해 못 하는 느낌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첫째한테는 유독 말이 많아졌다. 뭘 하다가도 한 번 더 타이르고, 한 번 더 설명하고. 돌이켜보면 "너는 언니(누나)니까"라는 말을 내가 생각보다 자주 썼던 것 같다. 그 말 한마디가 다섯 살 아이한테 얼마나 무거웠을지, 그땐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도 그 시기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그때 조금 더 안아줄걸, 조금 더 눈을 맞춰줄걸. 대신 미안하다는 말은 참 많이 했다. "동생 잠들면 엄마가 놀아줄게"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면서,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한여름에 아대 칭칭 감고 땀 한바가지, 첫째랑 놀이터

둘째를 낳고 한 달쯤 됐을 때였다. 무릎도 손목도 성한 데가 없었는데, 아대를 칭칭 감고 첫째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갔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땀이 뻘뻘 났지만, 그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그날 첫째의 표정이다. 그네를 밀어줄 때마다, 미끄럼틀을 태워줄 때마다 "엄마 너무 좋아"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든 게 다 잊혔던 것 같다. 요즘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첫째가 먼저 알아본다. "엄마 그때 엄마 발이랑 손에 감고 나랑 같이 놀이터 갔지~" 하고 정확하게 기억해낸다. 아이의 기억력이 이럴 때 보면 참 무섭다.

둘째 뺏어 도망, 첫째 눈에 불 키고 낚아채는 매일

요즘 집안 풍경 하나. 둘째는 꼭 누나가 갖고 노는 걸 손에 넣고 도망간다. 어차피 금방 잡힐 걸 알면서도 매번 시도한다. 그러면 첫째는 눈에 불을 켜고 휙, 재빠른 손놀림으로 다시 낚아챈다. 그 순간 둘째는 어김없이 운다. 그럼 나는 또 아침부터 설명봇이 된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래", "네가 조금만 양보해줄래" 같은 말들을 반복한다. 밖에서 이런 일로 혼나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서, 집에서는 오히려 더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는 편이다.

지금 첫째 6살, 동생 훈계하는 누나가 됐다

시간이 지나 첫째가 여섯 살이 된 지금은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소리 크게 지르는 거 아니야, 또박또박 말로 해야 하는 거야." 이제는 첫째가 동생한테 이렇게 타이른다. 예전에 내가 하던 말투 그대로다. 둘이 나란히 노는 모습이 눈에 동시에 들어올 때, 그 순간이 육아 중에 가장 예쁘다고 느껴진다. 잔소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첫째가 "엄마?" 하고 씨익 웃어버리면, 그걸로 그냥 끝이 나버린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 집안 분위기 자체가 확실히 밝아졌다. 둘째가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늘었다.

터울 육아, 첫째 마음 다독이는 법

돌이켜보니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나름대로 도움이 됐던 방법들이 있다.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부모라면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다.

  • 하루 5분, 둘째 없이 첫째와 단둘이 시간 만들기 — 둘째가 낮잠 자는 시간이나 다른 가족이 잠깐 봐줄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해, 짧더라도 첫째와 눈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따로 가지면 첫째가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 "큰 아이니까"라는 말 줄이기 — 이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걸 의식적으로 줄이고, 대신 첫째의 행동 자체를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쪽으로 바꾸니 아이가 덜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 동생 앞에서 혼내지 않기 — 첫째를 지적할 일이 있어도 동생이 보는 앞에서는 최대한 피하고, 따로 조용히 이야기하는 편이 첫째의 자존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

"엄마?" 하고 씨익 웃으면 혼내려고 하다가도 끝나버린다. 그 웃음 하나에 방금까지 쌓여있던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고도 다행인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설명봇이 되기로 했다. 목이 쉬도록 같은 말을 반복해도, 결국 저 웃음 한 번이면 다 풀리는 걸 아니까. 둘째 육아는 확실히 곱절 힘들지만, 그만큼 곱절 행복한 순간도 자주 찾아온다는 걸 요즘 들어 매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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