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소아과 오픈런, 2분 진료 병원 버리고 원정 간 이유
내가 39도 고열로 앓아누웠는데, 먼저 나은 애가 나가서 놀자고 졸랐다. 별수 없이 TV를 틀어줬다. 아이 둘 키우면서 우리 집은 늘 이런 식이다. 한 명이 아프면 한 명은 낫고, 낫자마자 또 다른 한 명이 앓아눕는다. 그 사이 나까지 옮으면 집안 전체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앓는 구조가 된다.
소아과 오픈런, 내가 왕복 40분 원정 다니는 이유
주말엔 8시까지 도착해야 겨우 1번을 받는다. 평일엔 8시 20~30분쯤 가면 5번 정도. 조금만 늦어도 대기 번호가 10번을 넘어가고, 그럼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집 근처에도 소아과는 있다. 그런데도 왕복 40분 거리를 굳이 원정 다니는 이유는 하나다. 초반에 약을 제대로 맞춰 쓰면 며칠이면 끝날 감기가, 대충 넘어가면 열흘 넘게 끌기도 한다는 걸 몇 번 겪고 나서 알았다. 결국 오픈런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나중에 덜 고생하려는 선택에 가깝다.
2분 진료 소아과, 귀·폐 안 보고 감기 끝
예전에 다니던 동네 소아과는 진료가 딱 2분이었다. 입, 코, 목만 보고 감기 처방을 끝냈다. 귀나 폐는 따로 짚어보지 않았다. 며칠을 다녀도 안 낫는 일이 반복되자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병원은 접었다. 감기처럼 시작해서 중이염이나 폐렴으로 번지는 경우가 아이들한테는 흔한 편인데, 진료 시간이 짧으면 그 신호를 짚어낼 틈 자체가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병원을 고를 때 대기시간보다 이 부분을 먼저 봐야 한다는 것도 그 뒤로 생긴 기준이다.
원정 소아과 선생님은 형제 어디갔냐고 챙겨줘
지금 다니는 원정 소아과는 다르다. 아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고, 형제 중 한 명만 가면 다른 아이는 어디 갔는지부터 물어본다. 우리 아이들 패턴도 기억하고 있어서, 콧물이 시작되면 급성중이염으로 넘어가는 편이라는 걸 알고 귀부터 살핀다. 기침이 시작되면 호흡기 질환으로 갈 수 있다는 것도 미리 계산해서 대비해준다. 호흡기 치료제도 미리 처방해줘서, 증상이 심해지는 타이밍에 내가 직접 판단해서 쓸 수 있다. 병원을 이렇게까지 옮겨 다니는 게 유난인가 싶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진료 시간과 아이가 덜 아프고 넘어가는 정도는 확실히 비례했다.
B형독감 39도 5일, 차라리 독감이어서 다행이었다
가장 크게 앓았던 건 B형독감이었다. 39도 고열이 5일이나 이어졌고 해열제로도 안 떨어져서 결국 수액을 맞고 타미플루를 쓰고서야 열이 잡혔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원인 모를 열보다는 병명이 확실한 쪽이 대응하기 낫다. 비타민까지 챙겨 먹였는데도 결국 가족 전원이 옮았고, 한 명 나으면 한 명 아픈 식으로 2주가 흘러갔다. 그 와중에 고열로 누워있는 나한테 먼저 나은 아이가 놀자고 졸랐던 게 이 시기다. 몸을 일으킬 힘도 없어서 결국 TV만 계속 틀어줬다. 그때는 이 순환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결국 끝은 있더라. 그 뒤로는 열이 며칠 지속되는 걸 무작정 버티기보다, 초반에 병원을 통해 원인부터 확인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두 아이, 한달에 최소 2번 소아과
지금도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소아과를 간다. 처음엔 유독 우리 애들만 이런가 싶어서 다른 집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크면서 다 세상에서 다 겪어야 할 바이러스와 세균들이다. 그래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프고 나으면서 면역이 쌓이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니, 병원 다니는 일도 예전만큼 조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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