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유하다 울었던 그날, 산후우울증이 시작됐습니다
새벽에 수유하다가 창밖을 보며 엉엉 울었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면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요. 새벽에 수유하면서 창밖을 보다가 그냥 펑펑 울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게 거의 매일 반복됐습니다.
불 꺼진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데,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 불빛이 하나씩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걸 멍하니 보고 있다가 이유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소리를 내서 울면 아이가 깰까 봐, 입을 막고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산모들이 겪는 일입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고,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남겨보려고 합니다.
모든 우울감이 산후우울증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게 산후우울증인가?” 싶었습니다. 그냥 내가 약해서 그런 건 아닐까, 원래 다 이 정도는 견디는 건 아닐까 계속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기쁜 마음보다 불안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몸은 회복되지 않았고, 밤에는 계속 깨야 하고, 낮에는 쉬지도 못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반복됐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건, 울고 싶어도 마음껏 울 수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기는 울면 누군가가 바로 안아주는데, 저는 울면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제일 행복할 때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말문이 막혔습니다.
새벽 불빛을 보며 울고 있을 때, 남편이 해준 것들
그 시기에 저는 남편에게 정말 많은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혼자만 계속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제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저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 아침에 제가 겨우 잠들어 있으면 조용히 나가주고
- 밥을 못 먹을까 봐 간단한 음식이라도 챙겨주고
-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고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제가 아기를 안고 울고 있는데, 남편이 조용히 물 한 잔을 가져다주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목욕 하나를 넘겼더니 숨이 트였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숨이 좀 쉬어진 순간은, 정말 사소한 계기였습니다.
아기 목욕을 남편에게 맡겼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상하게 숨이 트이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이건 내가 해야지”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를 내려놓으니까,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이미 한계까지 와 있었다는 걸요.
그 이후로는 조금씩 나눴습니다. 전부 다 잘하려고 하지 않고, 가능한 부분은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쁜 엄마가 아니라, 지친 엄마였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계속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쁜 엄마라서 이런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나쁜 엄마가 아니라, 그냥 너무 지쳐 있던 엄마였다는 걸요.
지금 돌아보면, 그 감정은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엄마가 괜찮아야, 아이도 괜찮아진다는 것.
혹시 지금 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혼자 버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을 받아도 되고, 잠깐 내려놓아도 됩니다.
그 시간은 지나가고, 생각보다 우리는 그걸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버티기 위해 제가 했던 최소한의 기준
- 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하지 않고, 하나는 반드시 맡기기
-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 만들기
-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누군가에게 한 번은 털어내기
- 일상 중 하나라도 내려놓고 숨 돌릴 틈 만들기
돌이켜보면, 이 시기를 버티는 데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여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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