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 기질을 바꾸려다 깨달은 것

지난주 놀이터에서 제 아이가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다툴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미끄럼틀 옆 모래놀이 공간에서 작은 트럭 장난감을 두고 실랑이가 있었는데, 저는 솔직히 손이 먼저 나갈까 봐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잠깐 멈추더니 친구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내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울거나 밀쳤을 상황이었는데, 말로 표현하는 걸 보고 순간 멍해졌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 저한테는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소심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면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닐까 걱정하시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자존감은 성향이 아니라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힘에 더 가까웠습니다.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한 겁니다, 기질과 자존감은 다릅니다

자존감이란 자기 스스로를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믿는 신념입니다. 쉽게 말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내면의 확신인데, 이건 다른 사람의 평가와는 별개입니다.

저도 처음엔 아이가 조심성이 많아서 걱정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은 바로 미끄럼틀을 타는데, 우리 아이는 계단 앞에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뒤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데도 쉽게 올라가지 못하더라고요.

그때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왜 저렇게 망설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계속 지켜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무서워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습니다. 손으로 난간을 잡아보고, 발을 한 번씩 올려보면서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습니다.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한 거다.”

이렇게 바라보니까 아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기질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 기질을 인정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괜찮아”라는 말이 오히려 더 막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건 어둠을 무서워하던 시기였습니다.

밤에 혼자 화장실을 못 가서 계속 저를 부르길래, 처음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괜찮아, 무서울 거 없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불을 켜달라고 하거나, 아예 안 가겠다고 버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바꿨습니다.

  • “무서울 수 있어. 엄마도 어두우면 좀 무서울 때 있어.”

그랬더니 아이 표정이 조금 풀리더라고요. 그날 처음으로 제 손을 잡고라도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감정을 없애주려고 하면 더 커지고, 인정해주면 줄어든다는 걸요.

무전기 하나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바로 해결해주지 않고, 조금씩 혼자 할 수 있게 방향을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화장실 앞까지 가서 기다려주고, 그다음에는 거실에서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만 해주고, 그다음 단계에서 무전기를 하나 줬습니다.

“무서우면 버튼 눌러. 엄마 바로 대답할게.”

처음엔 몇 번이고 눌렀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호출 횟수가 줄더라고요.

어느 날은 아무 말도 없이 혼자 다녀오고, 나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혼자 했어.”

그날은 정말 크게 칭찬해줬습니다. 그 경험이 아이한테는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작은 성공이 쌓이니까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심스럽던 아이가, 점점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퍼를 배울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니까 금방 포기했는데, 몇 번 연습하고 나더니 어느 순간 스스로 잠그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뒤에는 친구한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이렇게 끼우고 올리면 돼.”

그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도움을 받은 아이는, 결국 다른 사람도 도와주게 된다는 걸요.

자존감은 특별한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보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태도에서 시작됐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아이 자존감을 키울 때 제가 지키려고 했던 기준

  • 아이의 기질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기
  • “괜찮아”보다 감정을 먼저 공감해주기
  • 바로 해결해주기보다,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기
  •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해서 쌓아주기

돌이켜보면 자존감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쌓여가는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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